닫기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웹진

제목
[동작N] 새로운 음악을 위한 시공간, 흑석동 음악공간 중력장
등록자
문화정책팀
등록일
2022-07-29
조회수
2,263

 

e35ac98d54bc9a220b6090e433930829_1659077162_3106.jpg

 

 

새로운 음악을 위한 시공간

흑석동 음악공간 중력장 

 

 

 

 

 

e35ac98d54bc9a220b6090e433930829_1659077198_7161.jpg 

▲ 중력장의 옥상과 메인홀에서 진행된 퍼포먼스

 

 

지난 4월 8일, 흑석동의 한 낡은 건물의 옥상에서 특별한 퍼포먼스가 진행되었다. 아직 재개발이 진행되지 않은 흑석1구역 대로변 상가 중 가장 높은 3층짜리 건물이기에 주변이 훤히 보이는 인상적인 옥상이다. 이날의 퍼포먼스는 타악기 연주자 진유영, 최소리 2인의 퍼포먼스로 음악공간 중력장의 발전을 기원하는 ‘개업고사’를 모티브로 하였다. 서양음악과 한국음악을 기반으로 하는 두 타악연주자가 만나, 전통적인 제사 형식을 재해석해 독창적인 퍼포먼스로 탈바꿈시켰다.

 

같은 날 아래층에서는 첼리스트 이금희와 작곡가 손세민의 퍼포먼스가 이어졌다. 손세민의 작품 'Sound Maze 2.5'는 첼로의 활에 센서를 부착하여 연주자가 연주하는 동작을 인식해, 전자 음향을 만들어내는 방식의 작품이었다. 전통적인 악기와 새로운 기술이 더해져, 익숙한 악기가 만들어내는 낯선 소리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공연이 되었다. 그간 '클래식'이라는 음악이 가지고 있는, 예술의 전당 등에서 일어나는 전통적인 서양음악에 익숙한 관객들에게는 더욱이 색다른 공연이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개관공연 '시동'에서 일어난 퍼포먼스는 앞으로 중력장에서 선보이고자 하는 다양한 '동시대음악'들, 즉 대중음악과 예술음악이라는 이분법적 경계보다는 동시대에 창작되는 모든 음악을 아우르고자 하는 방향성을 보여주었다. 

 

 

 

e35ac98d54bc9a220b6090e433930829_1659077353_8301.jpg
▲ 매력적인 음악공간 '중력장'

 

 

 

음악공간 중력장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꼭 한 번씩 ‘중력장’이라는 이름에 관해 이야기한다. 많은 경우 이름이 쉽게 각인되어서 좋다고 하지만, 가끔은 공연장보다는 운동시설인 것 같다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중력장’이라는 이름은 물리학에서 사용하는 용어로, 중력이 미치는 범위 그 자체를 말한다. 소리를 기반으로 하는 예술인 음악 또한 물리현상의 집합체로, 물리학과 연결 짓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할 수 있다. 중력장 안에서 중력의 영향으로 시간과 공간이 왜곡된다는 것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포함해 다수의 영화에서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정보이다. 그런데 음악을 감상할 때도, 음악 안에서 나름의 ‘음악적 시간’이 생긴다는 점이 흥미로운 지점이다.  

 

음악을 감상하면서 스스로 생각한 시간보다 빠르거나 느리게 흘러간 시간을 경험해 본 적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또한, 공연장에 방문했을 때 아티스트가 가진 아우라에 몰입하다 보면 공간의 규모를 느끼는 감각도 달라지곤 한다. 음악공간 중력장의 이름은 이러한 점에서 착안해, 이 공간 안에서 시간과 공간이 왜곡되는 감각을 청중들이 느꼈으면 하는 마음을 담았다.

 

 

 

e35ac98d54bc9a220b6090e433930829_1659077434_2185.jpg
▲ 새로운 음악을 위한 시공간 '중력장'

 

 

 

중력장은 세 가지 기획 시리즈를 운영하고 있다. 즉흥연주를 통한 에너지와 직관적인 창의력을 보여주는 <스윙-바이> 시리즈, 규정되기 힘든 장르의 음악을 연주하는 <파동-입자> 시리즈, 그리고 실험적인 개념이나 연주법 등을 논리적으로 접근하는 <사상-지평> 시리즈이다. (시리즈의 이름은 모두 물리학에서 사용하는 개념을 차용하였다.) 

 

<스윙-바이>는 우주에서 항해할 때 행성의 중력을 이용해서 가속하는 방법을 말해서, 즉흥연주가 가지고 있는 ‘발산하는 에너지’를 표현하기에 적합한 단어였다. 또 재즈에서는 ‘스윙’이 중요한 개념이므로, 이중적인 의미를 지녔다. <스윙-바이> 시리즈는 발행일인 7월 29일을 기준으로, 총 세 번의 공연이 펼쳐졌다. 실험적인 재즈를 베이스로 하는 아티스트분들이 공연을 진행했으며, 모두 열정적인 공연으로 청중들을 놀라게 했다. 

첫 번째 <스윙-바이>는 5월 6일, 피아니스트 정은혜와 대금연주자 송지윤의 콜라보 즉흥연주로 이루어졌다. ‘품고, 업고’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 연주는 대금의 거친 호흡과 피아노의 실험적인 연주로 파격적인 무대를 선보였다. 특히 대금으로 피아노 현을 문지르면서 만들어낸 거대한 사운드가 인상적인 공연이었다.

두 번째 <스윙-바이>는 지난 6월 3일, 퍼커셔니스트 김선기와 국악타악연주자 변혜경이 만나 진행한 ‘접속’으로, 무당의 삶에 대한 고찰이 주된 이야기였다. 무당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들의 삶에 대해서 깊이 들여다보고 몇 개의 주제들을 추려낸 다음, 즉흥연주를 진행하였다. 재즈 퍼커션을 기반으로 한 김선기의 다양한 악기 사용과 전자음향이 국악 타악기의 거친 음향과 만나서 큰 울림을 준 공연이었다.
 

세 번째 <스윙-바이>는 지난 6월 25일 재즈 보컬리스트 박지우가 이끄는 박지우 퀸텟의 공연으로, 새로운 보컬 연주방식의 독창성이 돋보이는 무대였다. 낭독과 가창 사이에서 다양한 보컬의 스펙트럼을 보여주며 자신의 감정을 발산하는 무대가 감동적으로 다가온 멋진 공연이었다.

 

 

e35ac98d54bc9a220b6090e433930829_1659077485_7101.jpg

▲ 즉흥 연주를 주제로 연주한 <스윙 - 바이> 시리즈

 

 

 

 

<파동-입자>는 장르의 경계가 모호해 규정하기 힘든 음악들을 모아놓은 시리즈이다. 양자역학에서 말하는 파동과 입자의 이중성에서 착안하여, 어떤 장르에 종속되기 힘들어 연주할 수 있는 공간이 제한된 음악을 보여주는 시리즈라고 할 수 있다.

 

첫 번째 <파동-입자>는 지난 6월 10일, 재즈 피아니스트 이승은이 이끄는 이승은 트리오의 연주였다. 재즈를 기반으로 하지만, 유럽 클래식의 영향을 크게 받은 이승은은 클래식과 재즈의 경계에서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는 아티스트였다.

두 번째 <파동-입자>는 지난 7월 16일, 올해로 데뷔 20주년을 맞은 ‘있다’의 공연이었다. 사이키델릭 앰비언스라는 잘 알려지지 않은 장르를 기반으로 한 아티스트 ‘있다’는 현재 남편과 아이와 함께 ‘텐거’라는 음악 그룹으로 활동 중이기도 하다. 장난감 악기들과 피아노, 그리고 매력적인 목소리가 함께한 공연은 마치 자연 속에 들어온 듯한 공연이었다. 관객들의 목소리를 마이크로 녹음하여 반복 재생시키며 진행된 퍼포먼스는 마치 소리로 이루어진 숲에 들어와 있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세 번째 <파동-입자>는 7월 22일 진행된 공연으로 클래식기타로 동시대음악을 만드는 아티스트 네드 달링턴과 정가를 노래하는 가객 최여완 그리고 작곡가 김혜연의 전자음향이 콜라보된 공연이다. 동서양의 전통을 엮어 새로운 맥락을 만들고, 전자음향이 가진 동시대성을 결합한 매력적인 공연이었다.​ 

 

 

e35ac98d54bc9a220b6090e433930829_1659077598_1445.jpg
▲ <파동-입자> 시리즈 中 이승은 트리오



<사상-지평>은, 블랙홀의 경계면인 ‘사건의 지평선’에서 착안한 이름으로 음악이 가진 사상의 지평을 확대하는 공연을 소개하는 시리즈이다. ‘아방가르드’ 음악들은 악기가 가진 연주의 한계를 넓히고, 음악에 대한 개념을 확장한다. 또한 공연 방식에 대한 실험, 혹은 학문적인 성격의 렉쳐 등을 모두 다룰 예정이다. 

 

8월에는 세 건의 <사상-지평> 시리즈가 예정되어 있는데, 8월 6일에 진행될 작곡가 김승연과 철학자 박임준호의 콜라보 공연이 그 첫 번째다. 헤겔 철학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과, 이를 통해 베토벤 ‘열정소나타’ 1악장을 해석하는 방식에 대해 렉쳐 콘서트 형식으로 진행된다. 또한 작곡가 김승연의 신작도 발표될 예정이다.

두 번째 <사상-지평>은 8월 20일부터 21일까지, 1박 2일 동안 에릭 사티의 <벡사시옹>이 피아니스트 오의진에 의해서 연주된다. <벡사시옹>은 짧은 음악을 840번 동안 반복해야 하는 작품으로, ‘가구음악’이라는 개념의 창시자로 불리는 에릭 사티의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이 작품을 연주한 해외 기록들은 많지만, 한국에서는 처음 도전하는 것으로 의미가 있는 공연이 될 것이다.
 

 

세 번째 <사상-지평>은 8월 27일, 아티스트 김민아와 물리학자 박문집의 콜라보 공연이다. ‘중력장’이라는 현상에 대한 박문집의 강의에 이어 김민아의 즉흥 퍼포먼스가 예정되어 있다.​

 

 

 

e35ac98d54bc9a220b6090e433930829_1659077671_7091.jpg
▲ 흑석동의 낮과 밤 (사진 출처 : 케이뮤직공방)



마지막으로 중력장에서 진행되었던 공연 중 흥미로운 시리즈 공연은, ‘흑석동의 낮과 밤’이다. 동시대음악을 주로 다루는 아티스트 콜렉티브 ‘아트 인큐베이터’에서 주관하는 이 공연은 여러 명의 아티스트들이 낮과 밤에 걸쳐 연주하며, 술과 함께 조금 더 편한 분위기에서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지난 5월 28일에 성공적으로 진행된 첫번째 ‘흑석동의 낮과 밤’ 중 낮에는 중력장 홀에서 서양악기 연주자들의 현대음악공연을 진행하였다. 첼리스트 이금희, 플루티스트 오은혜, 퍼커셔니스트 진유영의 연주로 진행되었으며, 동시대음악이지만 조금 더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작품들로 구성되었다. 밤에는 옥상에서 전자음악 아티스트들의 공연이 열렸다. 좋은 날씨와 탁트인 뷰가 다소 난해할 수 있는 전자음악 공연을 매력적으로 보이게 했다.
 

‘흑석동의 낮과 밤’은 9월 18일에 두 번째 공연이 열릴 예정으로, 현충로가 배경인 옥상에서 좋은 분위기와 함께 새로운 음악을 들어보고 싶으신 분들은 관심을 가져봄 직하다.​



e35ac98d54bc9a220b6090e433930829_1659077725_533.jpg
▲ 음악공간 중력장 이용석 대표​



이처럼 중력장의 시리즈들은, 전통적인 예술공간에서 진행되기 힘든 새로운 시도를 담은 공연, 퍼포먼스들을 모아놓는다. 새로운 개념의 공연을 찾아보기 힘들었던 이유는, 이 공연들이 전통적인 공간에서 산발적으로 행해졌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또한 공간에 맞지 않기에 아티스트와 청중 모두 심적으로 부담이 있으며, 공간들도 프로모션을 하는 방식에 있어 시너지가 일지 않았으리라 생각된다.
 

앞으로 흑석동의 작지만 알찬 공연장 중력장에서, 새로운 시도들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이 시도들이 우리나라의 예술계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 수 있는 자양분이 되었으면 한다. 중력장의 공연이 궁금한 분들과, 공연하고자 하는 아티스트 모두 인스타그램 @musicspacegf를 통해서 소통이 가능하다. 앞으로 진행될 공연과 아티스트 공모 등의 정보들이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된다.  

 

아티스트에게는 새로운 작업을 부담 없이 내놓을 수 있는 장소로, 또, 새로운 경험을 주저하지 않는 음악계의 얼리어답터들에게 이 공간이 늘 새롭고 즐거운 놀이터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e35ac98d54bc9a220b6090e433930829_1659077813_2065.jpg